서류는 모텔인데,
현황조사서엔 «주택»입니다
주안 모텔촌 한복판, 감정 22억 5,496만짜리가 두 번 유찰돼 11억 493만(49%)까지 왔습니다. 개찰이 8월 28일입니다. 숫자만 보면 반값인데 — 서류 세 장이 서로 다른 건물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주안동 69-26, 지하 1층~지상 5층 철근콘크리트 건물입니다. 1998년 준공이지만 대수선·리모델링을 거쳤고, 토지 278.1㎡ + 건물 842.4㎡. 감정가의 66.6%가 땅값입니다. 석바위시장역 북서측, 인천에서 가장 밀도 높은 숙박 골목 중 하나입니다.
① 숫자만 보면 이렇습니다
감정 22억 5,496만원, 최저 11억 493만원. 행정안전부 원장에는 28실 숙박업소가 «영업/정상»으로 살아 있습니다. 반값에 28실 모텔이라면 계산기부터 두드리게 됩니다.
그런데 감정평가서 안에 이미 힌트가 하나 있습니다. 평가사가 참고로 붙여 둔 경매 통계 — 미추홀구 숙박시설의 최근 6개월 낙찰가율 52.9%. 이 동네 숙박은 원래 감정가의 절반에 낙찰됩니다. 지금 최저가 49%는 할인이 아니라 이 동네의 시세라는 뜻입니다.
② 경쟁 44곳 — 우리 기준으로는 들어가지 않는 밀도
저희 원장으로 반경 1km 영업 중인 숙박업소를 세면 44곳입니다. 100m 안에만 8곳 — 39m 옆에 30실, 41m에 40실, 50m에 34실이 붙어 있습니다. 저희는 매입 검토 때 경쟁 10곳이 넘는 동네는 보지 않는 것을 기준으로 삼는데, 여기는 그 네 배가 넘습니다.
저희가 8월 26일에 공개한 광고비 분석에서 보셨듯, 이런 격전지는 플랫폼 광고비부터 다른 체급으로 나갑니다. 경쟁 16곳 상권에서 저희가 월 1,000만원을 쓰고 있으니, 44곳이면 광고비만으로 숨이 찹니다.
③ 그리고 현황조사서를 열었습니다
감정평가서의 임대관계는 «미상»입니다. 두 번 나옵니다. 그런데 법원 집행관이 쓴 현황조사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숙박시설로 되어 있으나, 건물현황은 다가구 건물로
1층 주차장, 2층 7세대, 3층 7세대, 4층 7세대, 5층 7세대가 들어갈 수 있는
주택임»
그리고 임대차 정보에 — 임차인 9명 전입(2022년 3월~2023년 4월, 전원 주거 용도).
사진이 말해줍니다. 도어락 달린 원룸 문, 문 앞의 택배 상자. 모텔이 아니라 사람이 사는 집입니다. 7세대 × 4개 층 = 28호 — 원장의 «28실»이 그대로 원룸 28호가 된 겁니다. 저희 원장에는 아직 «영업/정상 숙박업소»로 남아 있지만, 야놀자에는 없습니다. 온라인에서 방을 파는 흔적이 없는 이유가 이제 설명됩니다.
④ 서류 세 장이 서로 다른 건물을 말합니다
| 서류 | 이 건물의 정체 |
|---|---|
| 행정안전부 숙박업 원장 | 28실 숙박업소 · 영업/정상 |
| 감정평가서 | 숙박시설 · 임대관계 «미상» |
| 현황조사서 | 다가구 주택 28호 · 임차인 9명 |
어느 서류도 거짓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각자 자기 시점, 자기 관할에서 본 것을 적었을 뿐입니다. 그래서 하나만 읽으면 다른 건물을 사게 됩니다. 저희도 최근 다른 물건에서 감정평가서에는 «미상»이던 점유관계가 현황조사서에서 확정되는 것을 보고, 현황조사서를 판정 필수 서류로 올렸습니다. 이 물건은 그 규칙이 왜 필요한지 보여주는 정반대 사례입니다 — 이번엔 «미상» 뒤에 임차인 9명이 있었습니다.
⑤ 낙찰자가 떠안는 것
첫째, 임차인 9명의 보증금과 대항력. 현황조사서에 보증금·확정일자는 «미상»입니다. 주거 임차인이라 소액임차인 최우선변제가 겹칠 수 있고, 전입 시점과 말소기준권리의 선후에 따라 인수 금액이 달라집니다. 매각물건명세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물건입니다.
둘째, 명도가 9세대입니다. 모텔 명도는 보통 운영자 하나지만, 여기는 살고 있는 사람이 아홉입니다.
셋째, 용도입니다. 건축물대장상 숙박시설을 주거로 쓰고 있다면 용도변경 절차가 있었는지 확인해야 하고, 없었다면 원상복구 명령과 이행강제금이 낙찰자에게 올 수 있습니다. 다시 모텔로 돌리든, 합법적 다가구로 만들든 — 어느 쪽이든 돈이 듭니다.
넷째, 소유자가 부동산신탁회사입니다. 신탁 물건이 신탁공매가 아니라 법원 임의경매로 나온 구조라, 채권 관계는 등기부로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⑥ 그럼 이 가격은 어떻게 읽어야 하나
이 물건을 모텔로 계산하면 안 됩니다. 저희가 모아온 요일별 실판매가로 주안동 야놀자 숙소 43곳을 보면 평일 숙박 중앙값 3만 2,000원, 대실 2만원입니다. 전국 분석에서 대실형 모텔의 중앙값이 4만원대였으니, 주안은 그보다도 20% 낮은 전국 최저 대역입니다 — 경쟁 44곳이 서로 깎은 값입니다. 이 단가로 28실을 아주 후하게 돌려도 월매출 2천만원대이고, 격전지 광고비와 공사비를 얹는 순간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전 소유자가 모텔을 접고 원룸으로 돌린 건 비합리가 아니라 합리였던 겁니다.
토지 66.6%짜리 물건이니 «상업지 땅 + 원룸 수익»으로 읽는 게 정직합니다. 석바위시장역 인근 원룸 28호의 임대 수익과, 임차인 9명 정리 비용·용도 정리 비용을 얹은 실질 취득가가 토지가 15억 대비 얼마인가 — 그 계산이 이 물건의 진짜 문제지입니다. 그리고 그 계산에는 매각물건명세서와 등기부라는 숙제 두 개가 남아 있습니다.
참고로 같은 날 같은 법원에서 옆 블록 주안동 84-32(감정 27.1억)도 첫 기일을 엽니다. 이쪽은 저희 원장에도 야놀자에도 흔적이 없는 건물입니다 — 주안 골목에는 서류와 현실이 어긋난 건물이 하나가 아닙니다.
가격보다 먼저 매각물건명세서의 임차인 9명을 확인하십시오 — 대항력과 최우선변제 금액에 따라 11억이 11억이 아니게 됩니다. 그다음이 건축물대장의 용도와 위반건축물 표기 여부, 그리고 등기부의 신탁·채권 관계입니다. 최저가·보증금·기일은 개찰 당일 법원 공고로 다시 확인하십시오.
원장은 «영업 중인 28실 모텔», 감정평가서는 «임대관계 미상», 현황조사서는 «주택 28호, 임차인 9명»이라 말합니다. 경매에서 싸게 산 건물이 아니라 모르는 건물을 사지 않으려면 — 세 서류를 겹쳐 읽어야 합니다.
임차인 성명은 싣지 않습니다. 미추홀구 낙찰가율은 감정평가서가 인용한 경매 통계 기준입니다. 임차인의 대항력·보증금, 용도 관계, 신탁·채권 구조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이며 매각물건명세서·건축물대장·등기부로 직접 확인하셔야 합니다.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관련 자료▶ 지난 경공매 리서치 모음 : https://kiudalab.com/news
▶ 숙박업필수커뮤니티(사업자 1,321명) : https://open.kakao.com/o/gDafkS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