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은 맞았습니다.
이제 지뢰를 걷습니다
1편에서 구조를, 2편에서 은행의 셈법을, 3편에서 값 여섯 개를 봤습니다. 마지막 편은 계산이 다 맞아도 거래를 무너뜨릴 수 있는 것들입니다. 저희가 이 건에서 실제로 걷어낸 지뢰는 셋, 그리고 막판에 새로 발견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저희가 실제 검토 중인 수도권 숙박시설 채권 건의 기록이며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물건이 특정되지 않도록 지역·상호·기관명은 밝히지 않고 금액은 반올림, 시점은 계절로만 적습니다.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① 지뢰 1 — 토지거래허가라는 관문
법을 먼저 확인했습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허가 없이 취득할 수 있는 예외는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에 목록으로 정해져 있는데, 거기 명시된 건 «민사집행법에 따른 경매»입니다. 그런데 이 건은 법원경매가 아니라 신탁 절차의 매매입니다 — 형식은 공매여도 법적으로는 신탁사와의 매매계약이라, 예외 목록에 그대로 얹히지 않습니다.
허가 대상인데 허가 요건을 못 맞추면 계약 자체가 무효가 됩니다. 값이 아무리 맞아도 여기서 끝나는 겁니다. 그래서 가격 계산보다 이걸 먼저 확인했습니다.
② 전화 한 통이 관문을 열었습니다
확인 방법은 거창하지 않았습니다 — 관할 구청 토지 담당 부서에 전화했습니다. 답은 명쾌했습니다. 이 지역에서 허가구역으로 묶인 건 특정 단지 일부뿐이고, 이 물건의 자리는 허가구역이 아니었습니다. (내국인 기준이며, 외국인 취득은 별도 허가 대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순서가 교훈입니다. 저희는 처음에 조문을 읽고 «신탁공매는 예외가 아니다»까지 갔지만, 정작 «여기가 허가구역인가»라는 사실 확인이 먼저였습니다. 법리 검토보다 구역 조회 전화가 먼저입니다 — 5분이면 끝납니다. 다만 큰 거래라면 유선 답변으로 끝내지 말고 서면(토지이용계획확인원)으로 남기십시오.
③ 지뢰 2 — 같은 30억인데 취득세가 세 배
채권을 사는 단계에는 취득세가 없습니다. 하지만 소유권을 가져오는 순간 매매가 기준으로 붙습니다. 문제는 세율이 하나가 아니라는 겁니다.
이 물건이 있는 도시는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입니다. 여기서 설립 5년이 안 된 법인으로 취득하면 취득세가 표준의 두 배(8%)로 뜁니다. 저희처럼 법인이 여럿이면 어느 법인 명의로 받느냐로 1억 넘게 갈립니다. 그리고 이 건물의 건축물대장에는 위락시설 용도가 섞여 있습니다 — 고급오락장(유흥주점 영업장 등)에 해당하면 12%까지 올라가는데, 대장의 용도 표기만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 실제 영업장이 있느냐로 갈립니다. 겁먹을 일도, 안심할 일도 아니고 확인할 일입니다. 저희도 세무사 확인을 걸어뒀습니다.
④ 지뢰 3 — 현금이 두 겹으로 듭니다
1편의 구조를 기억하시면 — 채권을 사고(27억), 신탁사와 매매계약을 하고(30억), 낸 매매대금이 정산을 거쳐 우선수익자인 나에게 돌아옵니다. 돌아오는 돈이지만 내는 시점과 받는 시점 사이에 시차가 있습니다. 장부상으로는 27억짜리 거래인데 통장에는 한때 57억 규모의 동원력이 필요합니다.
이 물건의 신탁계약에는 다행히 숨통이 하나 있었습니다 — 매매대금 납부기한 연장에 우선수익자의 동의권이 있어서, 채권을 산 사람이 자기 자신에게 시간을 줄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이것도 신탁계약서를 읽어야 아는 조항입니다. 자금 계획은 이 조항 위에서 짰습니다.
⑤ 그리고 막판에 — 등기부에 새 압류가 있었습니다
서류 검토를 다 마친 뒤, 저희는 등기부를 발급일 기준 최신본으로 한 번 더 뗐습니다. 은행이 준 매각자료 묶음은 두 달 전에 발급된 서류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거기서 하나가 나왔습니다 — 3주 전에 접수된 지방자치단체 세무과의 압류. 매각자료 어디에도 없던 등기입니다.
신탁 물건에서 이런 조세는 정산 순서상 비용으로 먼저 공제되는 구조라, 그 금액만큼 내가 회수할 몫이 깎입니다. 체납 세목과 금액은 지금 확인 중입니다 — 수백만원이면 오차이고, 억대면 가격 협상 재료입니다. 교훈은 명확합니다. 매각자료를 받았으면, 등기부는 반드시 새로 떼십시오. 서류에는 유통기한이 있습니다.
⑥ 지뢰 4 — 명의와 실질이 갈라지는 자리
금융기관의 이런 채권은 등록된 대부업체만 양수할 수 있어서(1편), 개인·일반 법인은 대부업체를 사이에 세우게 됩니다. 그 순간 채권의 명의는 대부업체, 돈과 실질은 나인 구간이 생깁니다.
이 구간의 안전판은 계약서뿐입니다. 소유권 이전 시점과 의무, 위반 시의 책임을 양수도 계약에 명문으로 박고, 수수료의 대가가 무엇인지 — 명의만인지, 자금인지, 절차 대행인지 — 를 항목별로 적어야 합니다. «업계 관행»이라는 말로 넘어가는 항목이 많은 계약일수록 위험한 계약입니다.
⑦ 시리즈 총정리 — 검토의 순서
| 단계 | 확인한 것 | 이 건의 답 |
|---|---|---|
| 1. 구조 | 채권 매입 → 매매 → 정산 순환 | 특약에 수의계약 경로 확보 |
| 2. 순위 | 등기부·수익권증서·임차인 | 선순위 0 · 1순위 · 임차인 0 |
| 3. 값 | 값 여섯 개 + 수익가치 | 채권 27억 ≈ 수익가치 25억 |
| 4. 관문 | 토지거래허가 · 취득 명의 | 비구역 확인 · 명의 검토 중 |
| 5. 최신화 | 등기부 재발급 | 신규 압류 발견 → 확인 중 |
이 표의 순서가 저희가 이번 건에서 굳힌 검토의 순서입니다. 값(3번)은 다섯 단계 중 하나일 뿐입니다. 1·2번이 무너지면 값은 의미가 없고, 4·5번이 터지면 맞던 값도 틀려집니다.
⑧ 검토를 마쳤습니다
여기까지가 저희가 이 채권 한 건을 놓고 몇 주간 걸은 길입니다. 구조를 이해하고, 서류로 순위를 확인하고, 여섯 개의 값을 겹치고, 관문을 열고, 막판의 압류까지 셈에 넣었습니다. 검토는 마쳤고, 남은 것은 저희의 결정입니다.
이 시리즈에서 가져가실 것이 하나라면 이겁니다 — NPL은 «싸게 사는 기술»이 아니라 «확인하는 순서»입니다. 같은 순서를 다음 물건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저희도 이 다섯 단계를 내부 기준으로 박았습니다.
취득세는 본세 단순 비교이며 부가세목(농어촌특별세·지방교육세)과 감면은 뺀 숫자입니다. 세율 적용은 개별 사안마다 달라 세무사 확인이 전제입니다. 구청의 허가구역 답변은 유선이었고, 신규 압류의 세목·금액은 확인 중입니다. 확인이 끝나지 않은 것을 끝난 것처럼 쓰지 않으려 그대로 적었습니다.
값이 맞아도 거래는 허가·세금·시차·명의에서 무너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서류 묶음에는 유통기한이 있어서 — 저희는 막판에 새로 뗀 등기부 한 장에서 압류 하나를 더 찾았습니다. NPL은 싸게 사는 기술이 아니라, 확인하는 순서입니다.
물건이 특정되지 않도록 지역·상호·기관명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세무·법률 사항은 일반적 설명이며 개별 사안은 반드시 전문가 확인이 필요합니다.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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