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건물에 값이
여섯 개 붙어 있습니다
지난 편에서 40억대 채권이 27억이 되는 은행의 셈법을 봤습니다. 이번 편은 반대쪽 질문입니다 — 그래서 이 건물은 실제로 얼마짜리인가. 서류마다 다른 값이 적혀 있습니다. 56억, 50억, 47억, 30억, 27억. 저희는 거기에 여섯 번째 값을 하나 더 계산해서 얹었습니다.
저희가 실제 검토 중인 수도권 숙박시설 채권 건의 기록입니다. 물건이 특정되지 않도록 지역·상호·기관명은 밝히지 않고 금액은 반올림, 시점은 계절로만 적습니다.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① 값 여섯 개를 한 줄에 세웠습니다
가장 큰 값과 가장 작은 값이 두 배 넘게 차이 납니다. 같은 건물인데 왜 이럴까요 — 각 값이 대답하는 질문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어느 하나가 맞고 나머지가 틀린 게 아니라, 다른 질문에 대한 다른 답입니다.
② 각 값이 대답하는 질문
| 값 | 누가 | 어떤 질문의 답인가 |
|---|---|---|
| 56억 | 담보평가 (2년 전) | «이 담보로 얼마까지 빌려줘도 되나» |
| 50억 | 공매 감정 (올해) | «정상 시장이라면 얼마에 거래될까» |
| 47억 | 서류상 원리금 | «채무자가 갚아야 할 돈은 얼마인가» |
| 30억 | 유찰 끝 최저가 | «시장이 실제로 얼마까지 안 샀나» |
| 27억 | 채권 매각가 | «은행이 오늘 확정으로 받을 돈» |
| 25억 | 수익가치 (우리 계산) | «영업으로 버는 돈이 정당화하는 값» |
투자자에게 위 세 개(56·50·47)는 참고이고, 아래 세 개(30·27·25)가 실전입니다. 담보평가는 빌려주던 시절의 값이고, 감정가는 «정상 시장»이라는 가정의 값이고, 원리금은 건물이 아니라 채무자의 사정입니다. 시장이 일곱 번 «그 값엔 안 산다»고 답한 30억과, 은행이 «이거면 판다»고 답한 27억 — 그리고 영업이 벌어주는 돈에서 역산한 값이 실제 의사결정의 재료입니다.
③ 여섯 번째 값 — 영업이 벌어주는 돈에서 역산했습니다
저희 본업은 숙박시설 매출 분석입니다. 이 건물에 그 계산을 돌렸습니다. 이 업장의 신용평가 재무제표에는 영업이 정상이던 해의 실적이 남아 있습니다 — 연매출 7억대 중반, 영업이익 3억대, 이익률 40%대. 추정이 아니라 공시된 재무제표 숫자입니다.
이 영업이익을 이 체급 숙박시설의 환원율로 나누면 수익가치는 25억 안팎이 나옵니다. 즉 «이 건물이 벌던 돈»만으로 정당화되는 값은 25억이고, 채권 가격 27억은 그 언저리에 있습니다. 은행이 감으로 정한 가격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④ 다만 지금, 영업은 멈춰 있습니다
이 건물은 지금 예약 앱에서 검색되지 않습니다. 보통 이걸 «장사가 안돼서 망한 곳»으로 읽습니다. 그런데 순서가 다릅니다.
세금이 밀리면 국가는 예약 플랫폼에 들어올 정산금을 압류합니다. 그러면 업주는 광고비를 낼 이유가 없어져 스스로 앱에서 내립니다. 실제로 이 물건의 등기부에는 세무서 압류가 붙었다 해제된 이력이 있고, 채권 실무자도 같은 설명을 했습니다. 즉 «수요가 죽은 것»이 아니라 «판로가 막힌 것»일 수 있습니다. 막힌 판로는 압류가 정리되고 앱에 다시 올라가면 열립니다 — 그리고 그 일은 돈이 거의 들지 않습니다.
⑤ 상권 — 경쟁이 세 곳뿐인 자리입니다
행정안전부 원장으로 반경 1km 영업 중인 숙박업소를 세면 3곳입니다. 8월 27일에 다룬 인천 모텔촌 물건이 44곳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같은 «숙박시설 경매»라도 완전히 다른 시장입니다. 게다가 이 일대는 개발계획상 숙박 신규 허가가 더 나오기 어려운 자리라, 경쟁 3곳은 앞으로도 3곳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경쟁이 적다는 건 수요도 얇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배후를 봤습니다 — 신도시급 주거 배후에 하루 유동인구가 두텁고, 같은 상권의 경쟁 업장 재무제표도 연매출 7억대로 이 업장과 같은 체급입니다. 수요는 검증돼 있고, 나눠 먹는 입이 셋뿐인 시장입니다.
⑥ 실거래가 하나 더 — 같은 건물의 다른 층
이 건물의 다른 층 상가는 2년 전 30억대 후반에 실거래됐습니다. 면적을 감안하면 지금 채권 27억은 같은 건물 최근 거래보다 훨씬 낮은 단가입니다. 물론 층과 용도가 다르니 직접 비교는 안 되지만, 이 건물 자체에 돈을 낸 사람이 최근에 실재했다는 것 — «아무도 안 사는 건물»은 아니라는 방증입니다.
⑦ 그래서 우리의 잠정 판정
여섯 개 값을 겹치면 이런 그림이 됩니다. 영업 잠재치 기준 25억 안팎짜리 권리를 27억에 사는 것 — 숫자만 보면 프리미엄이 거의 없는 거래입니다. 대신 사는 쪽은 두 가지를 벌어야 합니다. 막힌 판로를 다시 여는 일(비용은 낮고, 효과는 재무제표가 증명), 그리고 소유권까지 가는 절차를 완주하는 일(1편의 그 구조)입니다.
즉 이 딜의 본질은 «싸게 줍는 것»이 아니라 «막힌 영업을 다시 돌릴 수 있는 사람에게만 싼 것»입니다. 운영 능력이 없는 매수자에게 이 건물은 25억짜리도 아닙니다 — 빈 건물의 관리비 고지서일 뿐입니다.
⑧ 남은 것 — 계산 밖의 지뢰들
여기까지가 값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값이 맞아도 계산 밖에서 거래를 무너뜨리는 것들이 있습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여부, 취득 명의에 따라 억 단위로 갈리는 취득세, 그리고 저희가 최신 등기부에서 발견한 새 변동 하나. 다음 편 — 이 시리즈의 마지막 — 에서 저희가 이 지뢰들을 하나씩 걷어낸 과정을 다룹니다.
재무제표 매출은 영업이 정상이던 해의 숫자입니다. 멈춘 영업이 그 수준으로 돌아온다는 보장은 없고, 돌아오기까지의 공백기 비용은 수익가치 25억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수익가치의 환원율도 지역·체급 평균이라 이 물건의 고유 위험을 다 담지 못합니다. 저희는 이 값을 «상한이 아니라 기준선»으로 씁니다.
참고용 값 셋(56·50·47)과 실전 값 셋(30·27·25) — 이 건물의 채권 27억은 영업 잠재치 25억 바로 옆에 서 있습니다. 싸게 줍는 딜이 아니라, 막힌 판로를 열 수 있는 사람에게만 싼 딜입니다.
물건이 특정되지 않도록 지역·상호·기관명을 밝히지 않고 금액은 반올림했습니다. 수익가치·회복 시나리오는 추정이며 실제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관련 자료▶ 지난 경공매 리서치 모음 : https://kiudalab.com/news
▶ 숙박업필수커뮤니티(사업자 1,321명) : https://open.kakao.com/o/gDafkS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