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본 숙박업 · 1편
월세를 안 내고
문을 닫고 나갔습니다
한 건이면 사고입니다. 같은 순서로 반복되면 그건 구조입니다.
모텔을 오래 하신 분들께 요즘 이런 연락이 옵니다. 「저희가 리모델링해서 브랜드 호텔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매출이 몇 배 올랐다는 사례도 보여주고, 월 얼마를 드리겠다는 숫자도 나옵니다.
좋은 제안일 수도 있습니다. 저도 그 방향으로 일합니다. 다만 같은 순서로 깨지는 경우를 여러 건 봤습니다.
이번 편은 그 순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적습니다. 어느 회사, 어느 건물 이야기가 아닙니다. 반복해서 본 형태를 하나로 정리한 것입니다.
왜 하필 지금
이런 제안이 올까요
먼저 이 이야기부터 해야겠습니다. 건물이 안 팔리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살 이유가 없어서입니다.
값이 비싸서가 아닙니다. 사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 보시면 됩니다. 왜 하필 내 건물을 사야 합니까.
부동산은 이 셋 중 하나로 팔립니다. 그런데 오래된 모텔은 대개 셋 다 아닙니다. 땅값만큼 받자니 아깝고, 수익률은 낮고, 사는 사람이 뭘 고쳐야 할지도 모릅니다.
기다린다고 팔리지 않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건물은 늙습니다.
그래서 「고쳐서 매출을 올려 드리겠습니다」가 솔깃한 겁니다. ②번을 만들어 주겠다는 말이니까요. 방향은 맞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월세는 저희가 드립니다」
여기서 마음이 놓입니다
제안은 대개 이렇게 옵니다. 공사도 저희가 하고, 브랜드도 붙이고, 운영도 저희가 합니다. 사장님은 매달 월세만 받으십시오.
금액이 붙습니다. 월 얼마. 지금 버는 것보다 훨씬 큽니다. 그리고 「저희는 업계에서 제일 큰 회사입니다」가 따라옵니다.
여기서 두 가지가 겹쳐 마음이 놓입니다.
① 고정 수입 — 장사가 잘되든 안 되든 같은 금액이 들어옵니다
② 큰 회사 — 그러니 약속을 지킬 것이다
①은 사실입니다. 빌려주는 계약(임대차)이라면 정말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임대차가 안전해 보이고, 어떤 면에서는 실제로 그렇습니다. 못 내면 그건 빌려 간 쪽의 빚이 되니까요.
②가 문제입니다. 이 업계에는 순위를 매기는 곳이 없습니다. 대개 자기가 붙인 말입니다. 그리고 설령 정말 제일 크다 해도 —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회사는 그 회사가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이 이야기는 4편에서 따로 하겠습니다. 지금은 순서를 계속 보겠습니다.
공사비가
내 쪽에서 나갑니다
리모델링은 수억에서 수십억이 듭니다. 건물주에게 그 돈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있었으면 진작 했겠지요.
그래서 이렇게 진행됩니다.
대출을 주선
담보는 내 건물
보증금까지 투입
그 회사가 맡음
브랜드 부착
당장 내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은 없습니다. 그래서 안 할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②와 ③을 다시 보셔야 합니다.
상대는 은행을 소개하고 서류를 도와줄 뿐입니다. 등기부에 근저당이 잡히는 것도 내 건물입니다. 그리고 대출이 모자라면 받은 보증금이 공사비로 들어갑니다.
보증금은 원래 월세가 밀릴 때 대신 맞아 주는 돈입니다. 그 돈이 벽과 가구로 바뀌면 밀렸을 때 깎을 것이 없습니다.
공사비로 나간 보증금은
담보가 아니라 이미 쓴 돈입니다.
빌리는 사람이
공사도 합니다
④번을 따로 봐야 합니다. 건물을 빌려 갈 회사가 공사도 맡습니다. 한 번에 되니 편해 보입니다.
그런데 이러면 공사비를 받는 쪽과 하자를 책임질 쪽이 같아집니다.
공사한 회사에 청구합니다. 그 회사는 내 세입자입니다. 그리고 내가 월세를 받아야 할 상대이기도 합니다. 셋이 한 몸입니다.
이럴 때 쓰는 장치가 하자보수 이행증권입니다. 보험사가 「하자가 나면 우리가 고쳐 주겠다」고 보증하는 증서입니다. 잔금을 주기 전에 받아 두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런데 이 구조에서는 안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안 줘도 공사는 이미 시작됐고, 대출도 실행됐고, 보증금도 들어갔습니다. 멈출 수가 없습니다.
증권이 없으면 하자가 나도 잡을 수단이 없습니다. 잔금을 안 주고 버티는 방법이 있는데, 그러면 공사비를 못 받았다며 유치권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건물에 현수막이 걸리는 게 이 단계입니다.
약속한 담보를
걸 수 없게 됩니다
계약서에는 대개 이런 조항이 들어갑니다.
쉽게 말하면 — 보증금을 못 돌려주게 되면 이 건물로 갚겠다는 약속을 등기부에 적어 두겠다는 뜻입니다. 빌리는 쪽을 보호하는 조항이니 넣는 게 맞습니다.
문제는 그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상태인가입니다.
공사비 대출을 받을 때 은행이 신탁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건물 명의를 잠시 신탁회사 앞으로 돌려 두는 것입니다. 실제 주인은 나지만 등기상 주인이 아니게 됩니다. 그러면 내가 담보를 걸어줄 수가 없습니다.
담보 약속
공사비 대출
신탁
못 걸게 됨
주장
약속을 어긴 게 아니라
어길 수밖에 없게 된 겁니다.
이게 드문 일이 아닙니다. 얼마나 흔한지는 3편에서 등기부로 확인해 드리겠습니다.
여기가 이 순서에서 가장 이상한 대목입니다. ②를 주선한 쪽과 ⑤를 주장하는 쪽이 같습니다. 자기가 데려온 대출이 자기가 요구한 담보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는데, 그 결과를 내 잘못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게
월세를 안 내는 이유가 됩니다
어느 달부터 월세가 안 들어옵니다. 물어보면 답이 옵니다. 「담보 설정 약속이 이행되지 않았습니다」
서류로만 보면 틀린 말이 아닙니다. 계약서에 적혀 있고 실제로 안 걸려 있으니까요. 그래서 처음엔 내가 잘못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시점을 맞춰 보면 다르게 보입니다.
| 내세우는 이유 | 같은 시기에 벌어진 일 | |
|---|---|---|
| 미납 시작 | 담보 미설정 | 매출이 예상만큼 안 나옴 |
| 실제 요구 | — | 월세를 깎아 달라 |
| 안 들어주면 | — | 계속 미납 |
담보 이야기를 하면서 정작 요구하는 건 월세 인하입니다. 담보를 걸어 주면 밀린 월세를 다 내겠다고는 하지 않습니다.
담보는 이유가 아니라 명분입니다.
진짜 이유는 매출입니다.
그 매출이 왜 예상만큼 안 나오는지는 2편에서 데이터로 보여 드리겠습니다. 미리 한 줄로 말씀드리면 — 대개 처음부터 낼 수 없는 금액이었습니다. 연평균으로 계산하면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손님 없는 달로 옮기면 안 됩니다.
그 사이에도
이자는 매달 나갑니다
월세가 안 들어오는 동안에도 대출 이자는 나갑니다. 그 대출은 앞에서 본 대로 내 이름으로, 내 건물을 담보로 받은 것입니다.
0원. 월세가 끊겼습니다.
대출 원리금. 매달 그대로입니다.
공사비로 나가 남은 게 얼마 없습니다.
협의를 시도합니다. 월세를 조금 깎아 주면 정상화하겠다고 합니다. 깎아 줘도 다시 밀립니다. 매출이 그만큼 안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느 날 문을 닫고 나갑니다.
소송은 이깁니다
받아낼 데가 없을 뿐입니다
소송을 겁니다. 계약서가 있으니 대개 이깁니다. 이기고 나서가 문제입니다.
① 회사에 돈이 없습니다 — 자본금이 수백만~수천만원인 경우가 많습니다
② 회사 이름으로 된 재산이 없습니다 — 건물도 집기도 내 것입니다
③ 본사에는 청구할 수 없습니다 — 계약은 자회사와 했고 법적으로 별개입니다
④ 대표 개인에게도 못 갑니다 — 연대보증이 없으면요. 그 대표도 바뀔 수 있습니다
⑤ 보증금도 없습니다 — 공사비로 이미 나갔습니다
판결을 받기까지도 오래 걸립니다. 법원이 낸 통계입니다.
| 단계 | 평균 처리기간 |
|---|---|
| 민사 1심 · 단독 | 222일 (약 7개월) |
| 민사 1심 · 합의 | 437일 (약 15개월) |
| 항소심(지방법원) | 328일 (약 11개월) 추가 |
2025 사법연감(2024년 처리분). 소가 5억원 미만은 단독, 그 이상은 합의부가 맡습니다.
그동안 이자는 계속 나갑니다. 여기까지도 나쁜데 두 가지가 더 붙습니다.
입을 막는 장치는 숙박업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지식산업센터 분양 피해에서는 「불법 계약 사실을 수사기관과 언론에 알리지 않는다」는 확약서를 쓰는 조건으로 계약금을 돌려준 사례가 보도됐습니다. 같은 장치가 다른 분야에서 먼저 쓰였습니다.
이 둘이 겹치면 내가 쥔 카드가 없어집니다. 나가라고 할 수도, 팔고 나올 수도, 알릴 수도 없습니다.
출발점으로 돌아온 게 아닙니다.
빚을 지고 돌아온 것입니다.
계약 전에
이 다섯 개를 물어보십시오
① 공사비는 어디서 나옵니까 — 돈을 빌리는 사람이 누구입니까
② 제 보증금이 공사비로 들어갑니까
③ 공사는 누가 합니까 — 이행증권은 언제 주십니까
④ 대출에 신탁이 붙습니까 — 그러면 담보 약속은 어떻게 됩니까
⑤ 못 내면 누가 책임집니까 — 그 회사에 받아낼 재산이 있습니까
다섯 개입니다. 계약서를 쓰기 전에 물어야 합니다. 도장을 찍고 나면 답이 달라집니다.
좋은 제안도 많습니다. 저는 브랜드를 붙이고 고쳐서 매출을 올리는 방식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잘된 곳도 봤습니다. 다만 잘된 곳과 깨진 곳의 차이가 대부분 이 다섯 개에서 갈렸습니다.
여기까지가 순서입니다. 말로만 하면 「그럴 수도 있겠네」로 끝납니다. 그래서 다음 네 편은 각 대목을 우리 데이터로 확인하겠습니다.
2편 — 그 월세는 처음부터 낼 수 있었나 임대료 역산 + 실제 장부
3편 — 보증금과 담보는 왜 무력해지나 숙박 건물 등기부 85건
4편 — 그 회사는 무엇이었나, 이 방식은 어디서 왔나 법인 등기부 8건
5편 — 그래서 어떻게 계약하나 조항 · 상한선 · 저희 방식
이 글의 성격 여러 건에서 반복해서 본 형태를 하나의 순서로 정리한 것입니다. 특정 회사나 특정 계약을 가리키지 않으며, 회사명·지역·금액·사건번호를 쓰지 않았습니다. 개별 사안은 사실관계가 다를 수 있습니다.
소송 기간 2025 사법연감(2024년 처리분) — 민사 1심 단독 222.1일, 합의 437.3일, 지방법원 항소심 327.5일. 평균값이며 개별 사건은 다릅니다.
인용 지식산업센터 분양 관련 확약서 사례는 오피니언뉴스 보도(2024)를 인용했습니다.
법령·실무 하자보수 이행증권·유치권·신탁은 일반적인 실무 설명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계약과 분쟁 대응은 반드시 변호사의 확인을 받으십시오.
관련 자료※ 「현장에서 본 숙박업」 1편 · 반복해서 본 형태를 하나의 순서로 정리한 글이며 특정 회사나 계약을 가리키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