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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본 숙박업 · 3편

보증금이 있으니
괜찮다는 말

임대료가 밀려도 처음엔 조용합니다. 조용한 동안 보증금이 녹습니다.

지난 편에서 그 임대료는 처음부터 낼 수 없는 금액이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면 다음 질문은 하나입니다. 못 받게 됐을 때, 나는 무엇으로 회수하는가. 이번 편은 건물주 손에 있다고 믿는 수단들을 하나씩 열어 봅니다. 우리가 뗀 숙박 건물 등기부 89건이 근거입니다.

임대료가 한 달 밀립니다. 상대는 사정이 있다고 합니다. 나는 「보증금이 있으니 괜찮겠지」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대부분 여기서 넘어갑니다.

6개월보증금이 공사비로 나갔을 때
실제로 버티는 기간 · 예시
39%숙박 건물 등기부에
신탁이 걸린 비율
3개보증금 · 담보 · 매각
다 내 것이 아니었습니다
01 · 확인

그 보증금이
아직 남아 있습니까

계산을 하기 전에 확인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내가 받은 보증금이 지금 어디 있는가.

1편에서 말씀드린 대로, 공사비를 대출과 보증금으로 충당하는 형태가 흔합니다. 건물주 주머니에서 돈이 안 나가니 안 할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그 순간 보증금의 성격이 바뀝니다.

받은 돈과 남아 있는 돈은 다릅니다

보증금 5억을 받았어도 그중 3억이 공사비로 나갔다면, 임대료가 밀릴 때 깎을 수 있는 돈은 2억입니다.

공사비로 나간 보증금은
담보가 아니라 이미 쓴 돈입니다.

그러니 계약서에 적힌 보증금 액수가 아니라, 실제로 손에 남아 있는 금액으로 계산해야 합니다. 아래 이야기는 전부 그 남은 2억 기준입니다.

02 · 시계

2억이면
여섯 달입니다

계산은 나눗셈 한 번입니다. 남은 보증금 ÷ 월 임대료. 그게 내가 버틸 수 있는 개월 수입니다.

남은 2억 ÷ 월 3,300만원 ≒ 6개월

보증금이 온전했다면 15개월입니다. 공사비로 3억이 나간 순간, 내 시간의 3분의 2가 이미 사라졌습니다. 그걸 모르고 있었을 뿐입니다.

지난 편의 예시를 잇습니다 — 목표 월매출 1억 · 임대료 3,300만원 · 보증금 5억 기준.

여섯 달 동안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겠습니다.

언제 계산하나남은 시간할 수 있는 것
1개월째5개월협의, 조건 조정, 해지 통보, 소송 준비까지
3개월째3개월협의와 소송 준비
5개월째1개월소송밖에 없음
6개월째0깎을 보증금이 없음 — 이후 미납은 전액 내 손실

「사정이 있다니 한두 달 지켜보자」가 보통의 판단입니다. 보증금이 온전하다면 그래도 됩니다. 그런데 공사비로 나간 상태라면 그 한두 달이 전체 시간의 3분의 1입니다.

지켜볼 시간이 있는 게 아니라
이미 늦어 있는 겁니다.

03 · 착시

계약서의 근저당 조항은
내 회수 수단이 아닙니다

계약서를 다시 꺼내 봅니다. 담보 이야기가 있습니다.

「임대인은 임차보증금에 대한 후순위 근저당권 설정에 동의한다」

담보라는 말에 마음이 놓입니다. 그런데 이 조항을 천천히 읽어 보십시오. 담보를 받는 쪽이 누구입니까.

임차인입니다. 이 조항은 임차인이 맡긴 보증금을 지키는 장치입니다. 내 건물에 임차인 앞으로 근저당을 걸어 주는 것이고, 지켜야 할 사람은 나입니다. 내 회수 수단은 계약서 어디에도 없는데, 내가 이행해야 할 담보 의무는 있습니다.

그래도 이 정도는 지킬 수 있는 약속입니다. 계약하던 날에는 분명히 그랬습니다. 대출이 크지 않은 건물이라면 근저당 하나 더 걸어 주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그다음에 이런 순서가 진행됩니다.

계약서에
근저당 약속
이때는 가능
공사비 대출
상대가 주선
그 은행이
신탁을 요구
근저당을
못 걸게 됨
①을 어겼다는
해지 통보

신탁이 걸리면 등기상 주인이 신탁회사가 됩니다. 실제 주인은 나지만, 내가 담보를 걸어 줄 수가 없습니다. 풀려면 대출을 갚거나 갈아타야 하는데 시간이 걸립니다. 그동안 약속은 계속 «안 지켜진 상태»입니다.

여기서 ②를 다시 보십시오. 그 대출을 데려온 쪽이 누구입니까. 공사를 제안하고, 은행을 소개하고, 서류를 도와준 쪽입니다. 그리고 ⑤에서 약속 위반을 주장하는 쪽도 같은 쪽입니다.

자기가 데려온 대출이 담보를 막았는데
그 결과를 내 위반이라고 합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계약하던 날 지킬 수 있었던 약속이, 상대가 주선한 대출 때문에 지킬 수 없는 약속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임대료가 밀리기 시작하자, 그 약속이 상대의 해지 카드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04 · 등기부

신탁은 예외가 아니라
기본값입니다

「은행이 신탁까지 요구하는 게 흔한 일인가」 싶으실 겁니다. 앞 순서에서 ③이 특별한 불운이었다면, 이 이야기는 남의 일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리포트 작성 과정에서 실제로 발급한 숙박 건물 등기부 89건을 열어 봤습니다.

등기부 상태건수비율
신탁이 걸려 있음35건39%
근저당만 있음43건48%
아무것도 없음11건12%

신탁 35건 중 11건은 근저당도 함께 걸려 있습니다. 반올림으로 합계가 100%가 되지 않습니다.

열에 넷입니다. 숙박 건물에 큰돈을 빌려줄 때 신탁을 요구하는 것은 은행의 통상적인 조건입니다. 수십억짜리 리모델링 대출이면 더 그렇습니다.

그러면 앞의 순서가 다르게 읽힙니다. ② 공사비 대출을 받는 순간 ③ 신탁이 붙을 가능성은 처음부터 높았습니다. 즉 「공사도 해 드리고, 담보 약속도 해 주십시오」라는 제안은, 지켜지기 어려운 약속을 계약서에 심는 제안이었던 겁니다. 그걸 알고 심었는지 모르고 심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깨졌을 때 그걸 해지 사유로 꺼내 든 것은 사실입니다.

05 · 마지막 수단

팔아서 정리하자는 것도
안 됩니다

보증금이 바닥나면 마지막으로 남는 생각이 있습니다. 「정 안 되면 건물을 팔아서 정리하자.」 애초에 이 건물은 팔고 싶던 건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때보다 더 팔기 어려운 건물이 되어 있습니다.

빚이 늘었습니다그들이 하자던 공사의 대출이 내 이름으로 건물에 얹혀 있습니다. 팔면 그 대출부터 갚아야 합니다. 공사 전에는 없던 빚입니다.
수익을 증명할 수 없습니다건물값은 «월세 얼마 나오는 건물»로 매겨지는데, 계약서의 임대료는 실제로는 안 들어오는 돈입니다. 사는 쪽이 그 숫자를 믿을 이유가 없습니다.
보여줄 수도 없습니다임차인이 점유하고 있으면 매수 희망자가 건물을 보러 올 수조차 없습니다. 협조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습니다.
간판도 바꿔야 합니다브랜드는 임차인 것입니다. 나가면 그 이름을 쓸 수 없습니다. 공사비를 들여 만든 «브랜드 호텔»인데, 브랜드가 빠진 호텔이 남습니다.

공사는 그들이 하자는 대로 했습니다. 그런데 매출은 약속만큼 안 나왔고, 임대료는 안 들어오고, 빚만 쌓였습니다. 「고쳐서 잘 팔리는 건물을 만들자」던 제안의 끝이, 팔 수 없는 건물입니다.

보증금 · 담보 · 매각.
세 개가 다 내 것이 아니었습니다.

06 · 내 카드

그래서 계약할 때
이걸 넣어야 합니다

여기까지 보면 결론은 하나입니다. 회수 수단은 계약서에 직접 만들어 넣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전부 계약할 때만 넣을 수 있습니다. 밀리기 시작한 뒤에는 상대가 응할 이유가 없습니다.

연대보증 — 회사가 못 내면 대표 개인이 갚도록. 상대가 신설 법인이면 특히. 못 넣겠다고 하면 그 자체가 신호입니다

해지 조건 — 몇 달 밀리면 끊을지 숫자로. 돈을 받는 건 아니지만 손실을 멈춥니다

공사 잔금 조건하자보수 이행증권 제출을 잔금 지급 조건으로. 없으면 잔금과 하자가 서로를 잡고 몇 달이 갑니다

매각 시 방문 협조 — 팔려고 내놨을 때 매수 희망자가 볼 수 있게

비밀유지 범위 — 분쟁이 생긴 «사실»까지 못 말하게 되어 있지는 않은지

그리고 담보 조항에 동의하기 전에 내 등기부를 한 번 떼어 보십시오. 신탁이 있거나 공사비 대출이 예정돼 있으면, 그 조항은 그대로 넣는 순간 내가 약속을 어긴 사람이 됩니다.

①번이 왜 목록의 맨 앞인지는 다음 편에서 알게 되십니다. 소송에서 이겨도 회사에 받아낼 재산이 없으면, 사람을 세워 두는 것이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계약 상대가 어떤 회사인지는 등기부 한 장에 다 나옵니다. 자본금, 설립일, 빌려 온 돈, 이름을 바꾼 이력까지. 700원입니다. 다음 편에서 같이 떼어 보겠습니다.

어떻게 확인했나 등기부 통계는 우리가 리포트 작성 과정에서 실제로 발급한 숙박 건물 등기부 89건을 집계한 것입니다(신탁 여부는 갑구 유효 기재 기준). 특정 지역이나 특정 브랜드를 표본으로 삼은 것이 아니라 우리 작업 이력에 쌓인 건들이므로, 전국 평균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예시 금액 보증금 5억·임대료 3,300만원은 지난 편의 예시(목표 월매출 1억)를 이은 가상의 숫자이며 특정 계약이 아닙니다.
범위 이 글은 특정 회사나 특정 계약을 두고 쓴 것이 아닙니다. 계약 실무를 일반화해 정리한 것이며, 실제 계약 조항은 반드시 변호사의 확인을 받으십시오.

관련 자료▶ 지난 편 : https://kiudalab.com/news/kim-column-02-rent-was-impossible
※ 「현장에서 본 숙박업」 3편 · 반복해서 본 형태를 정리한 글이며 특정 회사나 계약을 가리키지 않습니다

키우다김대표 작성 · 데이터로 검증한 숙박업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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